2007년 03월 31일
E.O.Wilson을 만나다(2)
이어서....(대화를 녹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래 글은 저의 기억에 의한 재구성임을 밝힙니다. 이 모든 것을 기억하다니 저 자신이 놀랍습니다. 하기야 어찌 이걸 잊을 수 있겠습니까.^^)
DMZ 얘기는 자연스럽게 생태계의 위기 얘기로 번졌고 윌슨, 데닛, 나는 자연스럽게 윌슨이 작년에 출간한 <Creation>이라는 책 얘기로 옮겨갔다. 물론 나는 몇 달 전에 그 책을 하버드의 coop 책방에서 사서 틈나는 대로 읽고 있었고, 그 날 저자 싸인을 받기 위해 가방에 챙겨왔다. 이 책은 (가상의) 목사에게 띄우는 윌슨의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 시절 어쩌면 앨러바마에서 함께 기도하며 신앙을 논했을 수도 있는 남침례교 목사를 염두에 두고 쓴 것으로서, 진화생물학자로서의 면모보다는 지구의 생태위기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보는 생태학자의 면모가 드러나는 책이다. 표지에 보면 이런 문구가 나온다. "가장 시급한 문제인 생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잠시 과학과 종교간의 형이상학적 긴장은 제쳐두자. 그리고 생태 위기는 두 영역이 함께 손을 잡고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뭐 이런 식이다.
데닛이 먼저 운을 떼었다. "많은 사람들이 리처드(<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도킨스를 의미함)와 내가 종교에 관해 어떤 견해차를 갖고 있냐고 질문합니다. 나는 그럴때마다 이렇게 답하죠. 나는 종교를 없애자는 얘기가 아니다. 나는 오히려 공공학교에서도 종교(모든 종교)를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다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야 실상을 알 수 있고 종교에 대해 제대로된 판단을 할 수 있으며 종교를 더 좋은 종교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저는 당신(윌슨)의 견해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지요."
작년에 출간된 도킨스의 <God delusion>을 읽어본 이라면, 그리고 데닛의 <Breaking the spell>을 읽어본 이라면, 그리고 윌슨의 <Creation>까지 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대화가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그렇다. 최근 1-2년은 진화론의 대가들이 저마다 종교에 대해 한 권의 책을 출간했던 아주 흥미로운 시기였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사실은 종교의 기원, 유지, 기능에 대해 모두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볼 때 이 차이중 어떤 것은 아주 미묘해서 전문가들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 외에도 종교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접근을 펼치는 학자들이 좀 있다. Boyer, Atran, D.S. Wilson, Bloom etc.) 이들은 모두 종교가 자연현상이라는 사실, 즉 종교현상은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점에 동의하지만 그게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 왜 유지되고 있는지, 기능은 무엇인지, 미래에는 어떻게 될 것인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개성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윌슨이 데닛의 말을 받는다. "나는 리처드, 당신(데닛), 그리고 나의 차이를 이렇게 규정하고 싶소. 리처드는 종교와 전쟁을 벌이는 전사이고, 당신은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를 재고하게 만드는 영리한 전략가이며, 나는 생태 문제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풀기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사람이지요." 이런 성격 규정이 맘에 들었는지 데닛이 맞장구를 친다. "이 얼마나 절묘한 분업입니까!"
사실 나는 이렇게 싱겁게(?) 서로의 역할을 정리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내심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고 싶었다. 우선 "형이상학적 문제를 제쳐두자"는 윌슨의 태도가 맘에 걸렸었다. <통섭> 10장(?)을 보면 윌슨은 종교를 하나의 적응(adaptation)"으로 간주한다. 그에게 종교는 동물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종의 "위계 행동"일 뿐이다. 동물 사회에서는 우위자에게 복종함으로써 적응적 이득을 얻는 열위자들이 존재하고 그런 행동은 우위자에게나 열위자에게나 이득을 안겨줄 수 있다. 윌슨에 따르면 종교현상은 "보이지 않는" 우위자에게 복종하는 열위자들의 의식 행위와도 같다. 이런 식의 도전적인(기존의 종교현상학 이론들에 비할 때) 이론은 온데간데 없고, 생태문제를 위해 손을 잡자니...나쁘게 말하면 기회주의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나는 그 자리에서 이런 생각을 밖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나를 초대해준 대가에게 그건 절대 예의가 아닐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데닛마저도 너무 쉽게 윌슨의 행동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 같아 사실은 좀 놀랬다. 어쩌면 이 시대 최고의 논객중 하나인 천하의 데닛도 윌슨 앞에서는 잠시 꼬리를 감춰야 하는지도 모른다.
종교를 이용하려는 윌슨의 논리는 매우 분명해보였다. 그는 "미국의 복음주의 연합에 가입된 신도수가 얼만지 아세요. 몇 천만이에요. 그러면 미국 무신론자 연합에는 얼마나? 많아야 몇 만일 겁니다. 나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신론자이긴 하지만 더 중요한 이슈를 위해서 이 엄청난 수의 사람(다른 형이상학적 전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놀랍고 고무적인 것은 이들이 내 얘기를 정말로 경청한다는 사실입니다. 내 책을 계기로 많은 강연회를 다녔는데 기독교 단체들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지요. 마치 고향에 간 느낌이었어요.^^"
잘 알려져 있듯이 윌슨은 어린 시절을 전형적인 남침례교인처럼 지낸, 이른바 거듭난 기독교인이었다. 진화를 공부하면서 어느 순간 믿음을 버리게 되었지만 종교적 에토스는 남아 있다. 나는 무엇보다 통섭을 지향하는 그의 학문적 태도와 방법론이 매우 기독교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히브리적 전통이든 헬라 전통이든 모든 지식은 결국 하나님의 지식이라는 발상은 지식의 현대적 파편화와는 거기가 있는 이야기이지 않는가? 이번에 나는 그의 글이 아닌 그의 언행에서 기독교적 냄새를 좀 맡았다. 말로 표현하기는 참 어렵지만 기독교인들을 많이 대해보면 알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느낌을 받았다. 어쨌든...
이에 질세라 데닛도 몇 주 전 그의 경험을 나눈다. "저도 ㅡㅡ 남침례대학교에 초청을 받아 수천명의 청중앞에서 특강을 한 적이 있었지요. 아주 진지했고 훌륭한 질문들을 던지더군요. 아주 고무적이었어요."
이렇게 보니 우리의 도킨스 선생만 이 대목에서 약간 왕따가 되는 분위기이다. 도킨스의 이야기를 경청해보겠다고 초청하는 교회나 신학교는 어디에도 없지 않는가? 사실 거의 모든 면에서 도킨스를 지지하고 의견을 같이하는 데닛이지만 종교에 대해서만큼은 그걸 약간 유보하고 있다. 갓 딜루전에 대한 한 서평에서 데닛은 그 점을 명확히 했다. "종교의 위치에 대해서 만큼은 나는 그와 좀 다른 것 같다"는 식으로 고백(?)했고, "오늘날 그 누가 신존재 증명 같은 것에 큰 관심을 보이겠느냐. 신존재 증명의 실패를 그렇게까지 길게 쓸 필요는 없다"라고 한마디 했다. 그리고 자신은 오히려 신에 대한 믿음(belief in god)보다 "신에 대한 믿음에 대한 믿음"(belief in belief in god)이 퍼져 있는 것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라고 추가했다(이건 아주 흥미로운 주장이고...요즘 이에 대해 논문을 써볼 생각을 하고 있음)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특히 탬플턴 재단에 대한 공통된 느낌과 경험에서는 극에 달했다. 이 재단은 주식 투자로 떼돈을 번 존 탬플턴이라는 사람이 세운 비영리단체로서 특히 과학과 종교의 관계 문제를 탐구하는 이들에게 여러 형태의 자금을 대준다. 매년(?) 탬플턴 상을 주는데 상금이 장난 아니다. 한국에서는 영락교회의 원로 목사인 한경직목사가 그걸 받아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어쨌든 두 사람은 모두 한번도 그 돈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왜 받지 않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윌슨은 그 펀드로 진행중인 하버드 프로젝트(하버드 신학대학이 호스트가 되어 하는 프로젝트로 이타성에 대한 연구이다.)에 참여했지만, 받아야 되는 돈을 거부했다고 얘기했다. 그 이유는 그 펀드가 종교에 대해 좋은 결과만을 내도록 은근히 치우쳐져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데닛도 비슷한 경험을 얘기했다. <Freedom evolves>라는 저서를 막 쓰기 시작할 즈음, 그 재단의 저서 지원 프로그램에서 문의가 왔단다. 한번 지원해 보라는 식이었는데, 그 규정에 아주 딱 맞는 책이어서 한번 지원해볼까도 생각했었는데 그 재단의 방향과 그간의 성과 모음들을 보고는 맘을 접었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의 이론이 완전히 왜곡되어 그 재단의 홈피에 올라져 있는 걸 보고 항의했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러자 윌슨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물었다. "왜 저명한 과학자들이 그 재단을 통해 뭔가를 하는지 아오? 그건 돈의 유혹 때문일 거요. 책 한권을 쓰면 빅머니를 주거든. 그건 유혹이지..." 고개를 끄덕이는 데닛은 "디에스 윌슨이 그 재단 돈으로 연구한 결과물들을 보면 그 모든 것이 이해가 갑니다. 은근히 종교를 띄워주고 있거든요. 집단 선택론으로 말이죠..."
"디에스 윌슨은 내 공동연구자인데..."
드디어 올게 왔다. 집단 선택론에 관한 이야기는 피할 수 없는 화두이기 때문이다. 윌슨이 현재 출판을 준비중인 책의 제목은 "Superorganism"이다. 자기 자신이 어떤 의미에서 발굴하고 전파한 친족선택(kin selection theory)를 전면 부정하는, 매우 희귀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to be continued........(2/3)
DMZ 얘기는 자연스럽게 생태계의 위기 얘기로 번졌고 윌슨, 데닛, 나는 자연스럽게 윌슨이 작년에 출간한 <Creation>이라는 책 얘기로 옮겨갔다. 물론 나는 몇 달 전에 그 책을 하버드의 coop 책방에서 사서 틈나는 대로 읽고 있었고, 그 날 저자 싸인을 받기 위해 가방에 챙겨왔다. 이 책은 (가상의) 목사에게 띄우는 윌슨의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 시절 어쩌면 앨러바마에서 함께 기도하며 신앙을 논했을 수도 있는 남침례교 목사를 염두에 두고 쓴 것으로서, 진화생물학자로서의 면모보다는 지구의 생태위기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보는 생태학자의 면모가 드러나는 책이다. 표지에 보면 이런 문구가 나온다. "가장 시급한 문제인 생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잠시 과학과 종교간의 형이상학적 긴장은 제쳐두자. 그리고 생태 위기는 두 영역이 함께 손을 잡고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뭐 이런 식이다.
데닛이 먼저 운을 떼었다. "많은 사람들이 리처드(<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도킨스를 의미함)와 내가 종교에 관해 어떤 견해차를 갖고 있냐고 질문합니다. 나는 그럴때마다 이렇게 답하죠. 나는 종교를 없애자는 얘기가 아니다. 나는 오히려 공공학교에서도 종교(모든 종교)를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다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야 실상을 알 수 있고 종교에 대해 제대로된 판단을 할 수 있으며 종교를 더 좋은 종교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저는 당신(윌슨)의 견해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지요."
작년에 출간된 도킨스의 <God delusion>을 읽어본 이라면, 그리고 데닛의 <Breaking the spell>을 읽어본 이라면, 그리고 윌슨의 <Creation>까지 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대화가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그렇다. 최근 1-2년은 진화론의 대가들이 저마다 종교에 대해 한 권의 책을 출간했던 아주 흥미로운 시기였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사실은 종교의 기원, 유지, 기능에 대해 모두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볼 때 이 차이중 어떤 것은 아주 미묘해서 전문가들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 외에도 종교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접근을 펼치는 학자들이 좀 있다. Boyer, Atran, D.S. Wilson, Bloom etc.) 이들은 모두 종교가 자연현상이라는 사실, 즉 종교현상은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점에 동의하지만 그게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 왜 유지되고 있는지, 기능은 무엇인지, 미래에는 어떻게 될 것인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개성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윌슨이 데닛의 말을 받는다. "나는 리처드, 당신(데닛), 그리고 나의 차이를 이렇게 규정하고 싶소. 리처드는 종교와 전쟁을 벌이는 전사이고, 당신은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를 재고하게 만드는 영리한 전략가이며, 나는 생태 문제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풀기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사람이지요." 이런 성격 규정이 맘에 들었는지 데닛이 맞장구를 친다. "이 얼마나 절묘한 분업입니까!"
사실 나는 이렇게 싱겁게(?) 서로의 역할을 정리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내심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고 싶었다. 우선 "형이상학적 문제를 제쳐두자"는 윌슨의 태도가 맘에 걸렸었다. <통섭> 10장(?)을 보면 윌슨은 종교를 하나의 적응(adaptation)"으로 간주한다. 그에게 종교는 동물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종의 "위계 행동"일 뿐이다. 동물 사회에서는 우위자에게 복종함으로써 적응적 이득을 얻는 열위자들이 존재하고 그런 행동은 우위자에게나 열위자에게나 이득을 안겨줄 수 있다. 윌슨에 따르면 종교현상은 "보이지 않는" 우위자에게 복종하는 열위자들의 의식 행위와도 같다. 이런 식의 도전적인(기존의 종교현상학 이론들에 비할 때) 이론은 온데간데 없고, 생태문제를 위해 손을 잡자니...나쁘게 말하면 기회주의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나는 그 자리에서 이런 생각을 밖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나를 초대해준 대가에게 그건 절대 예의가 아닐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데닛마저도 너무 쉽게 윌슨의 행동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 같아 사실은 좀 놀랬다. 어쩌면 이 시대 최고의 논객중 하나인 천하의 데닛도 윌슨 앞에서는 잠시 꼬리를 감춰야 하는지도 모른다.
종교를 이용하려는 윌슨의 논리는 매우 분명해보였다. 그는 "미국의 복음주의 연합에 가입된 신도수가 얼만지 아세요. 몇 천만이에요. 그러면 미국 무신론자 연합에는 얼마나? 많아야 몇 만일 겁니다. 나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신론자이긴 하지만 더 중요한 이슈를 위해서 이 엄청난 수의 사람(다른 형이상학적 전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놀랍고 고무적인 것은 이들이 내 얘기를 정말로 경청한다는 사실입니다. 내 책을 계기로 많은 강연회를 다녔는데 기독교 단체들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지요. 마치 고향에 간 느낌이었어요.^^"
잘 알려져 있듯이 윌슨은 어린 시절을 전형적인 남침례교인처럼 지낸, 이른바 거듭난 기독교인이었다. 진화를 공부하면서 어느 순간 믿음을 버리게 되었지만 종교적 에토스는 남아 있다. 나는 무엇보다 통섭을 지향하는 그의 학문적 태도와 방법론이 매우 기독교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히브리적 전통이든 헬라 전통이든 모든 지식은 결국 하나님의 지식이라는 발상은 지식의 현대적 파편화와는 거기가 있는 이야기이지 않는가? 이번에 나는 그의 글이 아닌 그의 언행에서 기독교적 냄새를 좀 맡았다. 말로 표현하기는 참 어렵지만 기독교인들을 많이 대해보면 알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느낌을 받았다. 어쨌든...
이에 질세라 데닛도 몇 주 전 그의 경험을 나눈다. "저도 ㅡㅡ 남침례대학교에 초청을 받아 수천명의 청중앞에서 특강을 한 적이 있었지요. 아주 진지했고 훌륭한 질문들을 던지더군요. 아주 고무적이었어요."
이렇게 보니 우리의 도킨스 선생만 이 대목에서 약간 왕따가 되는 분위기이다. 도킨스의 이야기를 경청해보겠다고 초청하는 교회나 신학교는 어디에도 없지 않는가? 사실 거의 모든 면에서 도킨스를 지지하고 의견을 같이하는 데닛이지만 종교에 대해서만큼은 그걸 약간 유보하고 있다. 갓 딜루전에 대한 한 서평에서 데닛은 그 점을 명확히 했다. "종교의 위치에 대해서 만큼은 나는 그와 좀 다른 것 같다"는 식으로 고백(?)했고, "오늘날 그 누가 신존재 증명 같은 것에 큰 관심을 보이겠느냐. 신존재 증명의 실패를 그렇게까지 길게 쓸 필요는 없다"라고 한마디 했다. 그리고 자신은 오히려 신에 대한 믿음(belief in god)보다 "신에 대한 믿음에 대한 믿음"(belief in belief in god)이 퍼져 있는 것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라고 추가했다(이건 아주 흥미로운 주장이고...요즘 이에 대해 논문을 써볼 생각을 하고 있음)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특히 탬플턴 재단에 대한 공통된 느낌과 경험에서는 극에 달했다. 이 재단은 주식 투자로 떼돈을 번 존 탬플턴이라는 사람이 세운 비영리단체로서 특히 과학과 종교의 관계 문제를 탐구하는 이들에게 여러 형태의 자금을 대준다. 매년(?) 탬플턴 상을 주는데 상금이 장난 아니다. 한국에서는 영락교회의 원로 목사인 한경직목사가 그걸 받아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어쨌든 두 사람은 모두 한번도 그 돈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왜 받지 않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윌슨은 그 펀드로 진행중인 하버드 프로젝트(하버드 신학대학이 호스트가 되어 하는 프로젝트로 이타성에 대한 연구이다.)에 참여했지만, 받아야 되는 돈을 거부했다고 얘기했다. 그 이유는 그 펀드가 종교에 대해 좋은 결과만을 내도록 은근히 치우쳐져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데닛도 비슷한 경험을 얘기했다. <Freedom evolves>라는 저서를 막 쓰기 시작할 즈음, 그 재단의 저서 지원 프로그램에서 문의가 왔단다. 한번 지원해 보라는 식이었는데, 그 규정에 아주 딱 맞는 책이어서 한번 지원해볼까도 생각했었는데 그 재단의 방향과 그간의 성과 모음들을 보고는 맘을 접었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의 이론이 완전히 왜곡되어 그 재단의 홈피에 올라져 있는 걸 보고 항의했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러자 윌슨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물었다. "왜 저명한 과학자들이 그 재단을 통해 뭔가를 하는지 아오? 그건 돈의 유혹 때문일 거요. 책 한권을 쓰면 빅머니를 주거든. 그건 유혹이지..." 고개를 끄덕이는 데닛은 "디에스 윌슨이 그 재단 돈으로 연구한 결과물들을 보면 그 모든 것이 이해가 갑니다. 은근히 종교를 띄워주고 있거든요. 집단 선택론으로 말이죠..."
"디에스 윌슨은 내 공동연구자인데..."
드디어 올게 왔다. 집단 선택론에 관한 이야기는 피할 수 없는 화두이기 때문이다. 윌슨이 현재 출판을 준비중인 책의 제목은 "Superorganism"이다. 자기 자신이 어떤 의미에서 발굴하고 전파한 친족선택(kin selection theory)를 전면 부정하는, 매우 희귀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to be continued........(2/3)
# by | 2007/03/31 13:33 | 사람과 사람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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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실 EO 윌슨은 애초부터 집단선택론자였다고 할 수 있죠. ^^ 그 문제에 대해서는 EO 윌슨에 대해 개인적으로 기대를 접었슴다.